임신 34주가 지나고 오늘부터 임신 35주에 접어들었다.
1.
임신 245일째. 9개월 (35주 0일)
임신 34주는 출산 휴가를 내기 전 연차를 사용한 첫주였다.
집에만 있으면 머릿 속에 담아만 두고, 눈으로만 했던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늘어져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멍~~ 한 느낌이랄까.
갑자기 진공관 속에 들어온 것처럼 붕떠있는 것 같아. 안절 부절 하다가 시간이 가버렸다.
2.
34주 1일에 대학병원에 두 번째로 방문. 물론 H군도 함께.
컵라면 진료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인기쟁이 선생님을 후딱 만나뵙고 나왔다.
전 산부인과는 갈 때마다 원장님이 직접 초음파를 봐주셨는데,
여기는 심장 소리만 간단히 체크하고 필요한 주수만 초음파실에서 대신 봐주셨다.
세이베베 뭐 이런거 없다. 필요하면 핸드폰으로 녹화. So. Cool.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절차에 낭비하는 시간이 없도록 효율적인 안내와 처리 속도를 보여주었다.
식스시그마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이런 것이 아닐까.
서둘러 진료를 마치고 초음파를 보고 왔다.
배둘레, 머리 둘레, 허벅지 길이, 무게 등등 보고 있는데 화면에 36w 4d가 나와 눈을 의심했다.
"2.6kg입니다." 아기가 75~90%네요.
분명 280일 어플의 Max 체중은 2.5kg였는데, 그보다 100g은 더 나간다.
어쩐지... 배가 터질 것 같더라니.
예상치 못한 수치에 충격을 받고. . . OTL..
이제 조금만 먹어야겠다.
3.
엄마가 수목금 오셨다 가셨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가지고 두 시간을 넘게 오신 엄마에게 짜증을 정말 많이 냈다.
김치 가져오지 말지 왜 가져왔어. 엄마 몸 안 좋으면 채식을 해야지.
집안 청소하지 마세요. 내가 할게요.. 등등..
나이를 먹어도 엄마한테는 이렇게 저렇게 화를 내게 되고 어리광도 부리고 짜증도 낸다.
그러면 안 되는데..
가져오지 말라던 김치는 3~4일 째 너무 잘 먹고 있고,
엄마가 닦아주신 방바닥은 너무나 반짝반짝 하다.
채식해야지 하면서 엄마가 해준 소고기 등심은 완전 다 먹어버리고
엄마한테 미안하다.
우리 꼬막이도. 나중에 나한테 저렇게 하겠지...만..
엄마가 좋다 ㅠㅠ. 엄마 늙으면 안 돼.
4.
임신 34주. 배가 점점 터질 것 같아 자제하려고 해도
매끼니마다 폭풍 먹방을 찍고 있다.
식사 3/4를 비워갈 때면 정신차리고.
해인이. 먹지마. 먹지마. 먹으면 안 돼. 안 돼....~!!!
를 외친다. 예전에는 "밥이 없어지는게 슬프다."라는 말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다...한 숟가락 한 숟가락.. 저에게는 많이 소중합니다.
정신차리면. 밥이 읎다.
없... 없네??
정신차려 ㅠㅠ... 샐러드 먹자.
애기는 클 만큼 컸다. 이건 너의 식탐이야. 해인아. 정신차려..
5.
좌욕기 얘기.
첫번째 임신 막달 때 찾아왔던 ㅊㅎ손님이 다시 찾아오셔서..
엄청난 엉덩이 고통을 안겨주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 나는 임산부가 아니라 ㅊㅈ환자인 것 같아."
몸을 왼쪽으로 손 한뼘만큼, 오른쪽으로 15cm 이동해도
엉덩이가 어찌나 아픈지 ㅠㅠ
첫번째 임신 때는 불편하긴 했어도 쓰리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쓰리고 따갑다.
주말 3일 동안 ㅊㅎ과 씨름했다.
꼬막이가 말했다.
"엄마 그렇게 아프면 내가 돌봐드릴게요."
"엄마 ㅇㅇㅇ 하면 엉덩이 치과 가야해요." (ㅇㅇㅇ가 뭔지는 차마 적을 수가...)
이 상태에서 귀신 난장판이 된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세 번이나 돌리고
뒤뚱거리면서 다니는데, 기동력이 떨어져도 이렇게 떨어질 수가 있나 싶은 건 둘째치고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아프다. ㅠㅠ..
할 수 없이. . . 좌욕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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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1위 제품이라, 사실 검색할 겨를도 없이 좋다고해서 구매.
다음날 왔다.
오전, 저녁 두 번의 좌욕을 하고.
다음날..
오늘.. 그래도 이제 앉아있을 수는 있게 되었다.
다양한 연고도 있다고 하는데, 좌욕이 가장 빠르다고 해서,
며칠 더 써보고 후기도 올려보겠다.
어제 주문한 도넛 방석도 왔다. ㅠ
임신 후기의 아픔은 ㅊㅎ이 제일 큰 것 같다.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겠다. . .
오늘 블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