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10년 간 겪은 경험을 하나 둘씩 올려보려고 해요.
분명히 지금 고양이 기를까 말까 고민하고 계시는 분 있으실 거니까...
소소한 경험을 나눠보려구요.
예전에 고양이 기르고 싶을 때 고양이 관련 블로그를 정말 많이 봤거든요.
카페도 매일 들락날락하면서 정말 키우고 싶은 고양이가 어떤 종류인가 탐색하곤 했어요.
고양이도 없으면서 고양이가 참치캔 먹는 영상이 왜 그렇게 재밌던지 ㅎㅎ
그래서 이 글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샴고양이 믹스종인 티모와 함께한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3살 때 데려와서 지금은 12-13살 정도랍니다.
2015년 2월에 함께 한 기억이 있는데 정확한 날짜는 추후 업로드하겠습니다.
인생을 크게 봐서 결혼 전후로 나눌 수 있는데요.
다시 결혼 후엔 티모가 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뉘는 것 같아요.
그만큼 티모와 함께한 시간이 제게는 소중해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따뜻한 순간, 위로받고 싶은 순간은 모두 이 친구와 함께 한 것 같습니다.
우선은 저희 고양이를 좀 소개하면
이름은 티모시에요. 저희는 티모라고 불러요. 이 이름 관련 에피소드도 추후에 자세히 올릴게요.
미국 PetSmart 라는 반려동물 용품점 한켠에 자리한 유기동물 보호소 출신입니다.
저희가 티모를 데려올 때 티모는 3살이었어요.
미국에서의 생활이 꽤 외로웠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동네 거의 모든 집이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우리도 반려동물이 함께 사는 집을 자연스럽게 그렸던 것 같아요.
티모와의 첫만남은 꽤 강렬했는데,
PetSmart에서 소동물을 보는 걸 좋아해서 그날도 그냥 놀러갔던 것 같아요.
그때가 오후 3시 쯤이었거든요.
보호소는 가로가 1.5-2m, 세로가 10m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었고
3면이 크림색이었고, 한 켠에는 반려동물용품점과 통하는 통유리창과 유리문이 있었어요.
마치 카페처럼요.
스테인리스 케이지가 가로로 5-6개, 3층-5층 정도 높이로 쌓여있던 것 같아요.
제 키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그리고 고양이 10마리 정도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어느 친구는 케이지 안에, 어느 친구는 케이지 위에 있었고, 아기 고양이들은 아래에서 놀고 있었어요.
케이지에 갇혀있는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구요.
제일 안쪽 구석에 작은 등받이 의자가 있었고 은회색에 파마머리를 하시고
뿔테 안경을 쓰신 풍채좋은 미국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서 바로 앞의 고양이랑 놀고 계셨어요.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끝을 구부린 채
(꼬리 끝이 빨간색, 흰색 줄무늬가 있는 사탕 지팡이처럼 구부러진다는 건
기분이 아주 좋다는 뜻이랍니다. =) )
돌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치대기도 하고
앵기면서 놀고 있었어요.
너무 친근하게 붙어 있어서 또 자기를 더 봐달라고 애교를 부리고 있어서
저는 그 고양이가 할머니가 데려오신 고양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친구는 완전 개냥인데?!!
가까이 보고 싶어서 다가간 것 같아요.
제가 꿈에 그리던 고양이가 샴고양이 종류의 개냥이였는데
딱 그 샴고양이였답니다.
평소에 미쿡 사람들과 말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정말 너무 궁금해서 물어볼 수 밖에 없었어요.
"Excuse me. We dropped by here to ask you some questions."
(실례합니다. 여쭤볼게 있어 들렀어요.)
할머니가 친절하게 일어서서 말씀하셨어요.
"얼마든지요."
"IS IT YOUR CAT? THAT CAT LOOKS SO LOVELY AND SEEMS TO LIKE YOU SO MUCH."
(혹시 할머니네 고양인가요?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할머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대충 이런 뉘앙스로 물은 듯요...오 그 때 저는 일상의 소소한 슈퍼마켓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답니다.)
할머니께서 대답하시기를...(이하 심신안정을 위해 한국어로 써요. ㅎㅎ)
"아니요. 제 고양이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그럴리가.. 너무 고양이 성격이 좋은데요?"
"이 고양이는 이 보호소에 3시간 전에 들어왔답니다."
네???
3시간 전이요?
일단 믿을 수가 없었어요. 3시간 전에 온 고양이가 저렇게 사람이랑 친하다고?
어디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에서 막 무릎에서 꼬리를 막 흔들고 빙글 돌면서 애교를 부린다고?
그런 고양이가 실재한다고??
근데 심지어 너무 잘생겼음...
내가 본 고양이 중 제일 멋지게 생긴 것 같아...
할머니께서 말을 이으셨어요.
"이 고양이는 3시간 전에 12살 정도 되는 아이가 두고 갔어요. 아이가 많이 울면서 놓고 갔죠.
(아마 부모님 중 한 분과 함께였다고 들은 것 같다.)
이 집에는 이 고양이말고 2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는데
고양이끼리 패싸움을 했나봐요. (펫싸움?? 죄송..)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렸대요.
고양이끼리 싸우면서 피를 보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요.
이 녀석이 공격해서 피를 흘렸나봐요.
그래서 세 마리를 같이 키울 수 없다고 부모님이 판단했고,
아이랑 같이 오셔서 두고 갔어요.
아이가 고양이를 많이 좋아했는지
정말 많이 울면서 갔어요."
아... 그 때의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다시 떠올리니,
지금 티모의 모습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티모가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저로서는,
티모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눠 주는 고양이인지 아는 저로서는,
제가 그 아이였다면 저도 정말 많이 울었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아프고 그리워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마 청년?이 되어 있겠죠?
(남자아이라고 했다.)
티모 우리가 잘 키우고 있어. 우리랑 잘 지내고 있어. 알려주고 싶어요...
요는 그래서, 이 고양이는 할머니의 고양이가 아니고
몇 시간 전까지 누군가 기르던 고양이고
갑작스런 사정으로 이 보호소에 들어왔다는 거에요.
거기까지 물어보고는 우리는 다시 나왔습니다.
아, 하나 더 물었던 것 같아요.
고양이마다 입양조건이 붙어있었는데,
이 고양이는 Cat Kingdom이 필요하다고,
어떤 동물도 기르지 않는 집으로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요! 저요!!)
그리고 두 번의 파양을 당한 고양이라, 이번에 오래 갈 집을 찾고 있다는 것도...
파양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라고...
그래서 이름이 세 개라고 (아놔.. 이 대목이 정말 가슴아팠어요.)
이 고양이의 이름은 조르디, 티파니, 그리고 티모시였습니다.
To be continued...
(티모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책상 한켠에 둔 회색 강아지 무늬 극세사 담요를 위에서
제 다이어리를 베개 삼아 쿨쿨 자고 있어요.
아 사랑스런 우리 티모 난 네가 진짜 좋아..)
담에 또 봐요.
오늘의 글쓰기 끝.